휴먼라이브러리 축하해주세요. 제 5회 양주김삿갓 백일장에서 장원급제한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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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201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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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 크로바
김미현
행운이 우리 가족에게 나타났다. 행운이 상징하는 것은 네잎 클로버.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 그 행운은 5월 23일 우리가족에게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머뭇거리지도 않고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며 그렇게 찾아왔다. 그 소중한 대상은 바로 고귀한 생명의 우리 조카 민서! 열 달을 새 언니의 뱃속에서 생활하다 세상에서 살아보려고 가쁜 숨을 쉬며 우리들의 삶 속으로 찾아온 그 아이! 나는 그 아이가 너무 이쁘고 무척이나 경이롭다. 누군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겠으며 이쁘지 않은 혈육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나는 여느 누구와는 다른 설레임과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 가정은 보통의 가정과는 사뭇 다르다. 그 예로 우리 아버지는 청춘의 시절부터 알아주는 술꾼으로 알콜중독자로 우리 가족의 역사의 색깔을 어둡게 칠해왔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오빠와 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슬픈 운명의 굴레 속에서 버둥거려야 했다. 아버지의 심한 주사, 어머니와의 끊임없는 잦은 다툼. 그 속에서 그래도 숨쉴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공부를 잘 했던 오빠를 바라보는 우리 가족의 기대감과 어머니의 자식들을 향한 지극 정성인 보살핌 때문이었다. 어머니 당신은 열심히 가사를 도맡아 어려운 살림에도 남들 앞에 기죽지 않는 자식들로 키우기 위해 바느질, 부업, 파출부 등의 일을 해가며 묵묵히 가정을 뒷받침해 주셨다. 아버지로 인해 암울했고 힘들었지만 또한 감출 수 없는 가난으로 인해 고생하며 때로는 억울했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감내하고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오빠는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해 어머니의 시름을 놓아드리며 가족의 평화와 행복이 새삼 찾아오는 듯 싶었다. 그러나 그 잠깐의 평화와 행복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1999년 불현듯 다가온 나의 발병. 정신분열! 그 괴롭고 고독한 치닫는 절망으로 인해 나의 어머니는 또다시 암울로, 나의 아버지는 더욱더 가열찬 알콜 섭취와 폭언으로 우리 가족은 힘들어했고 나 또한 무섭게 찾아드는 망상과 우울 뒤에 오는 후유증으로 세상이 싫었고 나 자신을 꼬깃꼬깃 접어 휴지통에 던져 버리고 싶었다. 가난과 정신분열, 가족 간의 불협화음은 계절이 바뀌어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나는 이대로 시간이 정지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시간은 째깍째깍 변함없이 흐르고 우리의 삶도 멈춰있지는 않았다. 오빠는 학원에서 강자 일을 하며 대학 생활을 그런대로 잘 해나가는 듯 했고 나의 병도 처음 발병했을 때와는 달리 많이 호전되어가고 있었다. 두 번의 입원으로 아픔을 겪어야했지만 2001년 이후 다시금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은 없어졌고 어느 정도 치유되고 있었는데 그 이유 중 제일 큰 것은 마음속에 찾아든 감사 때문이었다. 정신분열로 인해 오랜 병원 치료를 받다보니 나는 장애인이 될 수 있었는데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이 되어가며 나와는 다른 종류의 또 다른 병과 이유로 장애를 가진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그 동안 내가 짊어진 고통과 암울, 걱정과 근심만이 가장 무거운 줄 알았는데 내가 짊어진 것은 그들보다 무척이나 가벼운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속에서 나는 감사함을 찾았고 길가에 핀 장미꽃도 볼 수 있음을, 맛있는 음식도 맛 볼 수 있음을, 즐거운 음악 또한 들을 수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전적인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족했던 자기애가 하향곡선에서 상향곡선으로 흐르고 있음은 감사와 사랑이라는 인생의 또 다른 열매를 얻기도 한 것이어서 그 즐거움이 매우 크다. 5월 23일 새롭게 우리 가족이 되어준 민서는 또 다른 우리 가족의 즐거움이고 행복이자 행운이다.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뜻하고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뜻한다 했다. 나는 우리 민서가 분명히 우리 가족에게 행운을 안겨다 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우리 아버지의 알콜 섭취량도 줄여줄 것이고 나의 정신분열도 또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며 우리 어머니의 주름 깊은 시름의 무게도 분명 덜어줄 것이다. 그리하여 민서가 바라보는 세상은 초록빛 싱그러움으로 5월과 같은 것이며 우리 가족에게 느끼게 해준 행복과 행운처럼 아름답게 자라날 것이다. 민서가 나와 눈을 마주보고 서로 대화하고 텔레파시라도 통한다고 느끼게 될 즈음. 나는 민서의 손을 꼭 잡고 네잎 클로버를 같이 찾아나서고 싶다. 그 순간 그 아이에게 이렇게 속삭여 줄 것이다. 우리에게 네잎 클로버가 되어 주어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