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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찾아온 손님과 같이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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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날짜16-09-23 12:53 추천추천 :0 조회수3,718

본문

불현듯 찾아온 손님과 같이 산다는 것

- 현장취업무 김**​

 

20대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제 편이 되어 신경질적인 저를 받아주셔서 몰랐는데 어머니가 나가시고 그 방패가 없으니 저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로 정신병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외부의 스트레스로 집에만 있었는데 저의 행동을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저는 제 안에서 스트레스, 화, 분노, 두려움이라는 좋지 않은 감정을 키우며 그 생각의 독을 만들어 저를 죽이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상처와 화를 표출하지 못하고 계속 생각하다보니 심장에서 얼굴로 열꽃이 피는 것을 느끼며 결국 얼굴에 화꽃이 피어 여드름같이 심하게 났습니다. 한의원에 가니 기가 거꾸로 돈다며 약을 지어줬지만,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찔 것 같아 먹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은 혼란과 놀람의 연속이었고 뭐가 뭔지 모르는 늪에 빠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2년간 혼자 생각을 키우다 병이 와서 병원에 강제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6살이었는데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혼자서 가게를 꾸려나가고 계셨습니다. 가게일을 돕던 동생이 면회를 와서 아버지가 힘들어하신다며 빨리 정신을 차리라고 말하고 갔습니다.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3개월만에 병원에서 퇴원하여 주거시설에서 소개시켜 준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에서 생활하며 지냈습니다. 가끔 아르바이트도 하였지만 돈도 적고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집을 나가시고 아버지 혼자 가게를 꾸려 나가셔서 돈을 달라고 할 수도 없었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살았습니다. 스스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발병 당시 아버지와 심하게 싸우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발병의 과정을 지켜보신 아버지는 퇴원 후 저를 주거시설에 맡기시고 스스로 자립하기를 바라셨습니다. 버림받았다는 상처보다는 일어나야겠다는 의지가 앞섰습니다. 돈을 벌어서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늘 있었습니다.
저의 첫 직장은 주거시설의 소개로 간 인쇄소였습니다. 첫 직장을 갖게 되어 한울센터는 그만 다니게 되었습니다. 인쇄소는 생산직이었는데 2년간 일했습니다. 생산직이라 일이 반복되고 생각없이 몸만 움직여 반복하려니 지루하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니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일반취업’을 해보라며 멀쩡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하였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자꾸 ‘좋아보인다, 일반취업해라’라는 말을 하여서 마음에 용기를 갖고 속으로 계획을 세우며 그 날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약을 잘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자부심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년간 모은 돈이 500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희망적인 말을 해주면 그 말에 힘을 얻어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머니의 말에 따라 인쇄소를 그만두고 강남의 휘트니스클럽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돈을 더 벌고 싶었고, 정신장애인이라는 것도 숨기고 싶어 장애인 등록증을 말소시키고 행동에 옮긴 것이었습니다. 쉬울 줄로만 알았던 휘트니스클럽 안내데스크 일은 회원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워야 했고, 회원들의 취향도 잘 알아야 했습니다.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3개월 동안 노력한 결과 400명 정도의 회원들의 이름과 선호하는 키를 줄 수도 있을 정도가되었습니다. 그러나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약을 먹지 않아 행동이 이상하여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중대병원에 입원하여 약 조절을 한 후 퇴원하여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의 문을 다시 두드렸습니다. 약을 먹지 않고 재발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좋은 경우가 다시 처음부터이고 나쁜 경우는 더 퇴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울센터 취업부 선생님의 권유로 삼성카드 반일제 근무를 하였습니다. 일은 곧잘 하였지만 삼성카드 사무실에서는 저 혼자 장애인이고 반일제도 저 혼자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차별을 느낄 때마다 힘들었습니다. 결국 2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이마트에 취업하여 보안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서 있다보니 힘들었지만 보수가 2배여서 참고 하려고 했지만 몸이 힘들다보니 약이 맞지 않고 불안이 올라와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신경이 피로했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불안이 올라와 9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신경도 피로하고 몸도 피로하고 마음이 편한 곳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센터를 다니다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반일제를 뽑는다 하여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직이어서 업무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8시간 근무를 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장애인 회사에서 전일제 조건으로 반일제 입사를 제안받아 갔지만 경직된 목소리 때문에 전화업무가 맞지 않아 계속 반일제로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다니는 회사의 과장님이 연락을 하셔서 전일제 사무직 일자리를 제안하였습니다. 사장님께서 저를 쓰자고 제안하셨을 때 많이 망설여지고 정신장애인이라서 편견이 많았다고 후에 말씀하셨을 때 저는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다니는 장애인 회사는 2015년 2월에 입사하게 되어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매달 하는 일이 반복적이면서도 새로운 업무가 주어져 주로 노트에 메모를 하며 업무를 익혔습니다. 메모를 보고 업무를 했는데도 나중에는 까먹게 되어서 한글파일에 번호를 써서 업무를 날짜별로 정리하고 매일 아침에 검토를 한 후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보는데도 약을 먹어서일까요? 자꾸 하나씩 놓칩니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한 번 들은 것들 중 한가지는 기억이 나는데 나머지는 기억이 안나고 처음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듣는 즉시 컴퓨터 메모장이나 종이에 적습니다. 그리고 순서대로 일을 처리합니다.
어떤 일이건 시작하고 싶으면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의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러기 위해 저를 관찰하고 느낀 점을 반성하고 깨닫고 글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글을 믿고 있는 사회복지사나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호응과 인정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병에 걸리게 된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 문제점을 발견해내고 상처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 그것이 약을 계속 먹더라도 회복의 길을 걸어가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탓만 하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습니다. 직장을 갖게 되면 감사함을 갖게 되고 인정을 받게 되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정신질환도 매우 호전될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분명 길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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