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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적소만들기 회복수기 첫번째 이야기)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는 나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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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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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시림

안녕하세요. 저는 중랑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를 이용하는 회원입니다. 한울에 등록한지 햇수로 3년가량 지났고, 지금은 재택근무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늘 평범할 것만 같았던 저의 삶에 조울증이라는 병이 꼬리표처럼 달린 것은 수능을 막 끝낸 2008년 어느날 이었습니다. 늘 바라던 수능을 마친 후의 자유로운 생활은 허망하게 사라졌습니다. 학업의 스트레스와 소심한 성격 탓인지 평소 풀지 못한 것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와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나의 병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결국 강제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약을 먹으면 흐릿해지는 정신 때문에 병동에서의 시간은 멈춘 듯 날 괴롭혔고, 3개월 이상 입원했습니다. 퇴원 후에도 병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발병한 초기에는 약도 거부했고, 병식이 없는 상태는 스스로를 더욱 망가지게 했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자연스레 돈을 벌 궁리를 했습니다. 근처 대형마트에 지원하게 되었고, 마트 안전팀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급여는 작았지만 하루종일 게임, 잠으로 이어졌던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또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나도 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었고 성실히 맡은 일을 해나갔습니다. 보람 있었지만, 1년 후 더 나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다시 구직 활동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증상에 의한 너무도 짧은 기억력과 손떨림 등 부작용 때문에 취업은 멀어져갔습니다. 자신감은 점점 낮아졌고, 스스로를 원망했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도태되어만 갔고, 남아도는 시간은 저의 목을 졸랐습니다. 의미 없는 삶을 보내다가 다시 마트에 취업했지만 늦게 끝나는 일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증상이 말썽을 피웠고 어쩔 수 없이 강제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4번 정도 재발을 겪은 상태였습니다.

퇴원 후 혼자의 힘만으로는 일상을 버텨 내기 힘들었습니다.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목적은 취업이었기에 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자에게 취업 욕구를 말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중랑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를 알려주었고, 저는 바로 전화를 걸어 방문 일을 정했습니다. 약속한 날에 기관안내를 받았습니다. 대략적인 기관 소개를 들은 뒤 여러 방을 돌아다니며 팀에 대한 소개도 받았습니다. 회원으로 등록하기로 마음을 먹고, 하루에 한 팀씩 돌아가며 체험했습니다. 여러 팀을 두루 돌아본 뒤, 당시 지원팀에 면접 후 합격했습니다. 집에서 잠과 게임만 반복해오던 삶에서 매일 도움 받을 수 있는 탈출구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되도록 빠지지 않도록 노력했고, 시간이 지나서 기관안내도 맡게 되었습니다. 또한 활동가가 되어 동행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가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한울센터는 회원을 격려해주고 기회를 주는 곳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자신감이 늘었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기관안내를 해보고, 동행을 통해 소통한 것은 회복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상태가 개선되자 제 강점과 약점들을 똑바로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한울센터에서는 하나를 해내면 다음 할 일이 주었습니다. 단순하거나 반복되는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회복을 돕는 일들이었습니다, 한울센터에서는 잘 못하면 다시 도와주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습니다.

어느덧 한울센터에서의 생활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일을 겪으면서 많이 배웠고, 단체생활의 가치를 몸소 느꼈습니다. 센터에서의 노력과 주변의 격려로 취업팀을 통해 취업하게 됐고, 지금까지 약 3년 동안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하나부터 성실히 여러 것들을 배워나갔습니다. 그렇게 오전에는 직장 일을 하고, 오후에는 한울센터에 방문해 하루를 견실히 다졌습니다.

자연히 회복에 눈길이 갔습니다. 한울센터의 생활은 규칙적이었고 도전적이었습니다. 나빠질 것만 같았던 생활에 반전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떨리던 목소리가 자신감 있게 또렷해졌습니다. 회복되지 않을 것 같던 기능들이 나아졌습니다. 내일을 걱정하던 내가 내일이 오길 바랐습니다. 한울에서의 생활은 절망의 구석에서 스스로를 삶의 중심으로 오도록 도왔습니다.

회복 초기엔 정신없었고, 때론 좌절했지만 두려워할 일도, 거창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회복의 가치는 누구나 알지만 반드시 실천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한울센터에서의 생활은 노력한 만큼 성취감을 주고 힘들 때 손을 내밀었습니다. 여러 지속적인 도움으로 회복을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일만 가득할 거 같았던 일상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듣도 보도 못한 병 때문에 휴관이 이어졌습니다. 걱정 없던 일상의 일들이 차단되고, 한울센터 휴관으로 인해 오후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저는 당황했고, 한울의 도움으로 가졌던 안정적인 일과는 위태로웠습니다. 하지만 한울을 알지 못했던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싫었습니다. 지금까지 배웠던 것들을 토대로 나의 삶을 무너지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계획을 위한 계획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전 일을 끝내면 마스크를 늘 착용하고 공원을 1시간 정도 걸어 다녔고, 예전엔 하지도 않았던 집안 청소도 했습니다. 한울센터에 다니기 전에 미뤄두었던 혹은 하지 않았던 집안일이나 뉴스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많은 자유를 제약했지만, 한울센터의 가치를 더 높여주었습니다. 한울센터에서의 날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동료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며 함께 했던 시기가 다시 오길 희망합니다. 지금의 잉여시간은 나를 테스트해 보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봅니다.

한울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해 고립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하거나 과거에 못했던 일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어느 순간 더 성장한 나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휴관이 끝난 뒤 활기차고 밝은 한울센터에서의 생활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